과학과 종교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다. 만물도 언젠가는 죽는다. 우주도 언젠가는 죽는다. 만들어진 것은 다 죽는다. 시작이 있었던 것은 반드시 끝이 있다. 무한이란 것, 영원이란 것은 시작도 끝도 없는 신에게만 있는 것이다. 물질은 무에서 온 것이고, 무에서 물질을 가능케 한 것은 신(神)이다.
죽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그래서 과학자들도 언젠가는 이 우주가 끝장나게 될 것을 예언하고 있다. 그때의 처참한 상황을 소설가들은 글로 쓰고 제작자들은 영화로 만든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것들을 재밌게 읽고 감상하면서 교훈을 얻는다. 이런 점에서 바벨탑 이야기는 교훈적인 사건이다.
바벨탑은 인간의 문명과 과학기술의 상징이다. 그 탑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리고 인간의 문명과 과학기술이 결코 인간을 구원시킬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원래 바벨탑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각 성읍에 세워졌던 지구라트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지구라트란 높은 곳을 뜻한다. 피라미드 형태로써 탑 정상에 제단이 놓여 있었다. 현존하는 지구라트들 가운데서 큰 것은 밑변이 62.5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높이가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지만, 원래 높이의 절반 정도가 붕괴됐는데도 남은 부분이 24미터(8층 높이)에 이르는 지구라트가 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축조된 이집트 쿠푸왕의 피라미드의 경우, 높이가 무려 146.5 미터(50층 높이), 밑변이 230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 쓰인 돌만 230-250만개이고, 그 돌들의 평균 무게가 2.5톤에 이른다고 한다. 축조에 걸린 시간은 20여년이고, 동원된 인원은 10만여 명이며, 풍상을 견뎌온 세월이 무려 4천5백여 년에 이른다. 이들 거대한 탑들이 주는 교훈은 인간이 아무리 높은 탑을 쌓는다할지라도 그 마지막은 붕괴라는 것이다. 이 땅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나 종교는 과학이나 자연법칙 이상의 것을 설명한다. 과학이 눈에 보이는 물질 혹은 현상세계에 대해서 원인과 결과를 따져 묻고 문제해결의 방법을 모색한다면, 종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 혹은 죽음 너머에 있는 영원한 세계까지를 설명한다. 따라서 인간에게 영원한 미래를 꿈꾸게 하는 것은 종교이다. 종교가 아니고서는 인간이 영원한 미래를 생각할 수 없다. 죽음 너머의 세계를 말하고 설명하는 것은 종교이기 때문이다.
이 죽음 너머의 영원한 세계를 이해시키는 도구가 모형론이다. 눈에 보이는 물질 혹은 현상세계는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한 세계 또는 영적인 세계의 예표요 그림자이며 모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세계가 있다는 것은 곧 눈에 보이지 않는 참 세계 혹은 영원한 세계가 있다는 증거란 것이다. 유한한 우주가 존재하는 것은 무한한 우주가 있기 때문이고, 유한한 인간세계가 있는 것은 무한한 인간세계가 있기 때문이며, 제한된 지성과 인격을 갖춘 인간이 존재하는 것은 무한한 지성과 인격을 갖춘 하나님이 계시다는 증거이다. 이 땅의 생로병사는 고통과 슬픔과 괴롬이 없는 영원한 빛과 생명의 나라가 있다는 증거이다. 영원에 대한 인식이 인간의 사고 속에 있는 것은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엄동설한에 봄을 기다리는 것은 봄이 있기 때문이고, 사랑을 찾는 것은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행복을 바라는 것은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