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인식
광복(光復)이란 말은 '빛이 되돌아 왔다.'는 뜻이다. 우리 민족이 36년간 절망의 어둠 속에 살다가 비로소 희망의 빛을 되찾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 민족에게 희망의 빛이 있었는가라는 물음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있었다면, 그것을 해방에서보다는 건국에서 찾아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성서를 보면, 유대인들은 해방이라는 과거에 의미를 두지 않고, 건국이라는 미래에 두고 살아온 것을 볼 수 있다.
유대인들에게 해방과 건국의 의미는 역사적으로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해방은 모세시대의 이집트 대탈출을 말하고, 두 번째 해방은 페르시아제국 때 모국 땅에 돌아온 사건을 말한다. 세 번째 해방은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이 건국함에 따라서 1878년간 (영토뿐 아니라, 주권회복까지를 포함하면 2534년이 걸렸다.) 전 세계에 흩어져 고통 속에 살았던 유대인들이 모국으로 돌아온 오름(알리야)을 말한다. 그들이 과거를 털어버리고 미래를 향해 길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의식 속에 뿌리내린 미래 인식 때문이었다.
유대인들은 출애굽 사건이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땅이라는 미래 인식을 갖고 있었고, 바빌로니아 유배 때 예언자들의 회개운동과 회복운동을 통해서 다가올 세상(올람 하바)에 대한 미래를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다가올 세상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땅보다는 훨씬 더 이상적이고 영구적인 신정국가이면서 아직 한 번도 이 땅에서 이뤄진 적이 없는 미래의 나라이다. 그러나 이 미래가 오늘날까지 유대인들의 삶의 동력이 되고 있다. 한편 기독교인들은 이천년 전에 이미 유대인들이 기대했던 다가올 세상을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인 교회를 통해서 성령님의 능력으로 경험하기 시작하였고, 궁극적으로는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미래로 인식하였다. 그것이 유대인들의 미래 인식에서 오는 힘보다 더 운동력이 컸던 기독교인들의 동력이다. 이 같은 미래 인식이 광복절이후 우리 민족의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었는가라는 물음을 묻게 된다.
이 물음에는 긍정의 답과 부정의 답이 다 가능하다. 긍정적으로는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과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을 들 수 있다. 비록 그들이 장기집권과 독재로 오점을 남기긴 했지만,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데에는 이들 대통령의 미래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한편 우리나라는 인구 당 핸드폰 보유량 세계 1위, 초고속 인터넷 가입률 세계 1위, 컴퓨터 보급률 세계 1위, 반도체 생산량 세계 1위, 선박 건조율 세계 1위, 제철 조강 생산량 세계 1위, 전 세계 13위를 달리는 경제대국이지만, 행복지수는 세계 178개국 중 102위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미래 인식이 부족하고 물질의 풍요를 최고의 가치로 치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이 국민의 20퍼센트 가깝게 차지하고 있지만, 생활에 감사가 없고, 변화가 없는 것은 가치를 미래에 두지 않고, 현실문제와 물질의 풍요에 두기 때문이고, 그것이 채워졌을 때를 비로소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복을 주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방직후 6.25사변을 거치는 과정에서 기독교인들을 포함해서 우리 국민들은 미래를 품고 살아왔지만, 오늘날에는 기독교인들조차 미래보다는 현실의 문제와 물질 풍요에 묻혀 살고 있다.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가 낮고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란 과거만 있고, ‘아직’이란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