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2. 광야 연단과 원시 국가체제(2)(출 18:13-27)

이스라엘 회중은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하나님의 구원하심에 대해 의심하고 원망하며 심지어 하나님을 시험하는 악행을 저질렀으나, 하나님은 이스라엘 회중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끌어 안으셨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회중을 애굽에서 불러내어 약속의 땅에 인도함으로써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을 성취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신 것이다. 하나님은 한번 약속하신 것을 반드시 지키신다. 따라서 하나님은 당신의 능력을 불신하고 불평하는 이스라엘 회중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인도하시며 그들이 점차 성장하여 하나님에 대한 바른 지식을 갖도록 점차 교육해 나가셨다.

애굽을 떠난 이스라엘 회중이 곧바로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메마르고 척박한 광야에서 40년간 훈련을 받게 된 것은 그들의 불신 때문이었고 아직 준비되지 못한 때문이었다. 하나님은 살아가기 어려운 광야에서 40년간 이스라엘 회중을 단련시키셨다. 이것은 벌이 아니라, 그들을 애굽에서 이끌어내어 홍해를 육지처럼 걷게 하신 하나님께 대한 믿음을 쌓기 위한 훈련이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회중에게 주신 언약서의 내용을 이스라엘 회중이 믿음으로 순종하도록 하는 훈련이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회중을 메마르고 척박한 환경에서 고통당하게 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서는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는 냉엄한 현실을 불신과 불평이 가득한 이스라엘 회중이 몸으로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스라엘 회중이 누리는 구원의 은총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사랑의 손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만일 이스라엘 회중이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광야에서 하나님이 주신 언약서의 내용을 헌신짝 버리듯 한다면, 그것은 곧 죽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광야생활은 생사의 기로에서 하나님이 주신 언약서의 내용을 잘 지킬 것인지, 아니면 제멋대로 살 것인지를 시험하는 과정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스라엘 회중은 순간순간 닥쳐오는 생사의 기로에서 자신의 능력을 믿을 것인지, 아니면 전적으로 하나님을 믿고 의지할 것인지를, 또 어느 길을 택해야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지를 배워나가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시험과정이 혹독하고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을지라도, 우리가 분명하게 알아야할 것은 선택된 자가 아니고서는 이 훈련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뽑힌 자가 아니면 선수촌에 들어갈 수 없듯이 하나님께 선택된 자가 아니면 하나님으로부터의 연단도 없다. 애굽에서 나와 광야훈련에 들어간 이스라엘 회중은 하나님의 특별한 선택을 받은 선민이다.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들을 훈련을 통해서 연단하신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 성도들은 시험을 만날 때나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힘든 일을 만날 때, 이스라엘 회중처럼 불평과 원망만하지 말고, 하나님께 간구하고,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집트를 나올 때 이스라엘 회중은 군대도 없었고, 국가로써의 체계도 없었다. 시내산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이스라엘은 민족공동체였을 뿐 아무런 체제도 갖추지 못한 집단에 불과했다. 아말렉 군대와 전쟁을 치를 때, 싸울 수 있는 나이의 청장년들을 소집하여 급하게 군대를 만들었지만, 훈련이나 싸움의 경험이 전무한 상태였고, 무장도 갖추지 못한 그야말로 오합지졸이었다. 인간적인 판단으론 도저히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전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아말렉 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기도 때문이었다. 또 거기에는 하나님이 함께 하실 것을 확신하고 믿음으로 나간 여호수아의 용맹이 있었고, 기도하는 모세와 그를 돕는 아론과 훌이 있었다. 그들은 기적처럼 아말렉 군대를 무찔렀고, 하나님을 찬양하며 ‘여호와 닛시’라 불렀다. 하나님은 기도하는 자들의 승리의 깃발이 되신다. 이즈음에 모세의 장인 이드로가 모세의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찾아왔다. 이드로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회중을 이집트에서 어떻게 이끌어내셨고, 어떻게 광야생활을 인도하셨는지를 상세하게 듣고, 하나님은 모든 신보다 크시다고 감탄하며 하나님께 번제를 바쳤다.

마침 이드로는 모세가 하루 종일 이스라엘 회중의 송사를 일일이 재판하는 것을 보고 모세와 백성이 필경 지쳐 기력이 쇠하게 될 것을 경고하며, 언약서의 내용을 백성에게 가르쳐 백성들로 하여금 마땅히 갈 길과 할 일을 알게 하는 일에 전심하라고 충고한다. 아울러 회중 가운데 재덕을 겸비한 자들을 선택하여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을 세워 그들로 하여금 백성의 송사를 담당하도록 조언하였다. 모세는 이드로의 충고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백성들 가운데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선택하여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들을 세워 회중의 일을 돌보게 하였다. 이드로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바른 성경).

“자네가 하는 일이 좋지 않네. 이 일이 자네에게 너무 힘겨운 일이어서 자네 혼자 할 수 없으니, 자네와 이 백성들이 정말 지치고 말 것이네. 이제 내가 자네에게 조언하겠으니, 내 말을 듣게. 하나님께서 자네와 함께 하시기를 바라네. 자네가 하나님 앞에서 백성의 대변자가 되어 그 사건들을 하나님께 가져오고, 그들에게 규례와 법도를 가르쳐서 그들이 가야 할 길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그들에게 알려 주며, 모든 백성 가운데서 능력과 덕이 있는 사람들, 곧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진실하고, 부정한 이득을 미워하는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을 백성 위에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으로 세우고, 그들이 백성들을 항상 재판하도록 하게. 큰 사건이 있으면 모두 자네에게 가져 오게 하고, 작은 사건은 모두 그들 스스로 재판하도록 하게 하면, 그들이 자네와 함께 짐을 지게 되어 자네의 짐이 가벼워질 것이네. 만약 자네가 이렇게 하고 하나님께서도 이 일을 자네에게 허락하시면, 자네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고 이 백성들도 모두 자기 자리로 평안히 가게 될 것이네.”

이렇게 해서 이스라엘 회중은 원시적이긴 하지만, 비로소 국가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그 때까지 아무런 체제도 갖추지 못한 채 집단공동체로 살아온 이스라엘 회중은, 미흡하기는 하지만, 상당히 실용적인 형태의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출애굽기 18장에서 처음으로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격이 거론된다. 첫째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라야 하며, 둘째는 진실하고 불의한 이익을 탐하지 않는 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과 언약관계로 맺어진 하나님 중심주의 국가이다. 다른 세속 국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체제이다. 따라서 이스라엘 회중의 지도자가 되는 조건은 첫째가 하나님께 대한 믿음이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둘째가 정직하고 정의로운 사람인가를 보는 것이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사리사욕을 취하지 않고 뇌물을 받지 않는 이 두 가지만이 지도자가 갖춰야할 모든 덕목이 될 수는 없겠지만, 다른 그 어떤 덕목보다 더 중요한 덕목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통치 규범은 하나님이 주신 언약서이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따라 통치하는 자가 바로 이스라엘 회중의 지도자들이다.

여기서 중시할 것은 율법이 광야생활과 연관되어 주어졌다는 것이다. 광야생활은 하나님을 의지하고 신뢰하기 위한 단련 기간이다. 따라서 광야 여행 초기에 율법을 주셨다는 것은 장차 발생할 광야여행의 본질과 의미를 규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율법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순종의 수단으로 주어진 것이다. 실제로 신 광야에서 만나를 주시고, 므리바에서 생수를 주신 것은 이스라엘의 구원자가 누구인가를 명확하게 제시한 사건이었다. 즉 인생의 주체는 인간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언약서인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하나님을 믿고 순종하는 것에서 이스라엘의 진정한 존재 의미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 성도들은 하나님께 특별하게 뽑힌 자들이며, 하나님과 언약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기준을 삼고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하나님은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