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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2-08-22 22:27
십자가와 그리스도인[누가복음 9장 2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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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동호
 조회 : 7,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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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십자가와 신앙'이란 주제로 '십자가와 하나님'에 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십자가와 그리스도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다.
십자가는 본래 수치와 고난과 죽음의 표지이다. 그러나 이 시련의 십자가를 지는 사람에게는 구원의 십자가, 은총의 십자가, 혹은 승리의 십자가로 바뀌게 된다.
예수께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희롱을 당하시고 살점을 떼어내는 날카로운 채찍을 맞으신 후에 머리에는 가시관을 쓰시고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시고 죽음의 장소 골고다까지 힘겹게 올라 가셨다. 그리고 그 곳에서 대못에 박혀 십자가에 처형 당하셨다. 그런데 복음서를 기록한 저자들은 한결같이 이러한 십자가가 우리 모든 사람에게 있다고 말하면서 그것을 회피하지 말고 잘 감당하라고 권면하고 있다. 누가복음 9장 23절을 보면, 누구든지 예수의 제자가 되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라."고 말씀하고 있다. 예수께서 자기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감당하신 것처럼 그리스도인들도 각자의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감당하라는 것이다.
복음서 저자들이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하라고 권한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믿음을 버리는 배교의 위협 때문이다. 초대교회는 박해로 인해서 몹시 위태로운 지경에 있었다. 예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실로 수치와 고난과 죽음의 십자가를 지는 것이었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예수를 섬길 수가 없었다. 예수신앙 그 자체가 많은 사람 앞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날카로운 채찍과 몽둥이로 심한 매를 맞게 되고, 사나운 짐승의 사냥거리가 되기도 하고, 십자가에 처형되기도 하는 무서운 형벌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신앙을 져버리게 되었다. 그러므로 계시록은 교회들에게 "처음행위를 가지라"(2:5), "죽도록 충성하라"(2:10), "회개하라"(2:16)고 경고하고 있다. 이 말은 배교행위에서 돌이키라는 뜻이다. 또 "굳게 잡으라"(2:25), "네가 어떻게 받았으며 어떻게 들었는지 생각하고 지키어 회개하라"(3:3), "네 가진 것을 굳게 잡아 아무나 네 면류관을 빼앗지 못하게 하라"(3:11), "네가 열심을 내라"(3:19)는 말씀들로 권면하고 있는데, 이 점이 복음서 기자들이 자기 십자가를 강조한 한가지 이유일 것이다.
둘째, 십자가를 진 후에는 반드시 승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십자가의 고난을 다 당하신 후에 죽음에서 부활하셨고, 승천하셔서 모든 사람의 주로서 높임을 받으셨다. 그 분은 장차 만 왕의 왕으로서 이 세상에 다시 오실 것이며, 온 세상을 통치하실 것이다. 그러므로, 바울은 로마서 8장 17-18절에서 "자녀이면 또한 후사 곧 하나님의 후사요 그리스도와 함께 한 후사니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될 것이니라. 생각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침례 또는 세례를 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죽으심과 합하여 물 속에 자신의 죄로 물든 과거를 묻어 버리고, 그리스도의 부활하심과 합하여 영광의 삶, 행복한 삶을 위하여 하나님의 나라에 다시 태어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죽으심과 합하여 날마다 "육체와 함께 그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박는"(갈 5:24) 사람들이며,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박차고 부활하신 것처럼, 십자가를 짐 같은 고생에도 불구하고 날마다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믿음 때문에 그들이 지는 수치와 고난과 죽음의 십자가는 은총과 구원과 승리와 영광의 십자가로 부활하게 된다. 이런 믿음 때문에 복음서 저자들은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 십자가는 억지로라도 짊어져야 할 자기 십자가였다. 끝까지 "이기는 그에게는 내가 하나님의 낙원에 있는 생명 나무의 과실을 주어 먹게 하리라"(2:7), "이기는 자는 둘째 사망의 해를 받지 아니하리라"(2:11), "이기는 그에게는 내가 감추었던 만나를 주고 또 흰 돌을 주겠다"(2:17), "새벽별을 주리라"(2:28), "이기는 자는 . . . 흰옷을 입을 것이요, 내가 그 이름을 생명 책에서 반드시 흐리지 아니하고 그 이름을 내 아버지 앞과 그 천사들 앞에서 시인하리라"(3:5), "이기는 자는 내 하나님 성전에 기둥이 되게 하리라"(3:12), "이기는 그에게는 내가 내 보좌에 함께 앉게 하여 주기를 내가 이기고 아버지 보좌에 함께 앉은 것과 같이 하리라"(3:21)는 계시록의 말씀들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복음서 저자들이 이 '자기 십자가'를 강조하는 방법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요한은 예수께서 짊어지신 십자가에 "자기의 십자가"(19:17)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공관복음서 기자들은 특별히 성도들이 자기를 부인하고 짊어져야 할 "자기 십자가"(마 16:24; 막 8:34; 눅 9:23)를 강조하고 있는 데, 누가는 여기에 "날마다"라는 낱말을 덧붙여 쓰고 있고, 마가는 초대교회 성도의 한 사람인 구레네 사람 시몬이 예수 당시 "억지로" 예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일을 언급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복음서 기자들이 강조했던 십자가는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며, 억지로라도 짊어져야 할 자기의 십자가였다. 예수께서 자기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로 향하여 가신 것처럼, 구레네 사람 시몬이 억지로 십자가를 지고 해골의 언덕으로 올라간 것처럼, 예수신앙 자체가 죽음을 의미했던 당시의 신자들에게 복음서 기자들은 과감하게 이 수치와 죽음의 십자가를 억지로라도 짊어지도록 예수의 말씀을 인용해서 설교하고 있다.
복음서의 이 십자가에 대한 말씀에서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가 있다. 첫째, 신앙생활 자체가 감당하기 힘든 자기 십자가 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신앙의 자기 십자가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신앙을 저버릴 수 없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희망이요 승리의 지도자이시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결국 이기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만이 우리의 삶의 모든 것이 되어야 하며, 신앙의 십자가는 억지로라도 짊어져야 한다.
둘째, 사람에게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육체적인 자기 십자가가 있다. 삶 자체가 십자가이다. 생로병사가 고난의 십자가이다. 가난한 것, 많이 배우지 못한 것, 인물이 잘나지 못한 것, 질병을 앓고 있는 것, 똑똑하지 못한 것도 자기 십자가일 수 있다. 이런 십자가를 믿음으로 잘 감당해야 한다.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인 사도 바울은 신앙의 십자가와 자기 열등감의 십자가를 가장 잘 짊어진 사람이다. 바울은 예수신앙을 위해서 옥에도 많이 갇히고, 매도 수없이 맞고,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유대인들에게 39대의 곤장을 다섯 번 이상이나 맞았고, 태장을 세 번 이상 맞고, 세 번 이상 파선 당하여 물귀신이 될 뻔했고, 주리고 목마르고 굶고 춥고 헐벗으며 살다가 결국에는 사형을 당하여 죽었다(고후 11:23-27). 그러나 그는 그의 생애를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 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킨"(딤후 4:7) 승리의 삶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바울은 자신이 "사탄의 사자" 또는 "육체의 가시"라고 말한 신체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바울은 외모에도 볼품이 없었다. 작은 체구, 맞닿은 양미간, 매부리 코, 대머리에 휜 다리를 가진 사람이었다. 바울은 말주변도 없었다. 이런 외적인 것들이 갈라디아교회와 고린도교회 교인들에게 시험거리가 될 정도였다. 그러나 바울은 이 모든 약점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자기 생애에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기독교를 바울의 종교라고 말할 정도로 로마제국의 온갖 박해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그의 선교에 의해서 뿌리를 내렸고 열매를 맺었으며 종국에는 전 로마제국을 복음화하고 말았다.
복음서 기자들은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으라"(눅 9:23)는 제자직에 관한 이 말씀을 유명한 베드로의 신앙고백과 예수의 수난예고 다음에 배치하고 있다. 이는 참 제자의 길에 대한 설명을 위한 의도된 배치일 것이다.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 . .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사흘만에"(막 8:31) 다시 살아나신 것과 마찬가지로 신앙을 고백하고 주의 가신 길을 따르겠다고 결심한 제자들은 예수처럼 '자기 십자가'를 진 후에 라야 예수처럼 승리하게 될 것을 가르친 것이다. 바울의 말씀과 같이 시련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우리의 꿈을 이루게 될 줄로 믿는다(롬 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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