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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2-09-15 23:15
참 생명[롬 8:5-6]
 글쓴이 : 조동호
조회 : 2,536  
생명(生命)이란 무엇일까? 오래 전 학자들은 생명을 "단백질의 존재양식"이라고 했다. 이 말은 생물체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질대사를 생명현상의 기본으로 간주한데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생명을 유지시키는 물질대사는 엔트로피법칙에 따라 생명과는 반대현상인 죽음을 향해서 끊임없이 움직여 가기 때문에 단백질 또는 물질대사만으로 생명을 정의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근래에는 모든 생물의 유전정보(遺傳情報)를 담고 있는 DNA를 생명의 기본특성으로 간주하고 있다.
반면에 성경에서는 사람의 생명을 물질이나 육체에서 찾지 않는다. 오히려 전혀 물질이 아닌 영혼을 생명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성경에서는 사람의 생명과 죽음의 차이를 영혼이 있고 없음의 차이로 설명한다. 영혼이 있으면 생명이 있는 것이고, 영혼이 떠나고 없으면 생명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조차도 보통 사람의 생명을 설명하는 것이고, 진정한 의미의 생명이란 성령이 있고 없음으로 설명한다. 성령을 마음에 모신 사람은 참으로 살아있는 사람이요, 생명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몸은 살아있으나 죽은 자로 간주된다.
몸은 살아있어도 성령이 없으면 죽은 자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기독교가 말하는 생명은 목숨이나 육신보다도 정신이나 영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예수는 이 정신적이고 영적인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사람(막 4:12)이라고 하였고, 살았다는 이름은 가졌으나, 실상은 죽은 자(계 3:1)라고 하셨다. 이런 점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생명을 육체적인 것에서보다는 정신적인 것 또는 영적인 것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로마서 8장 5-6절에서 바울은 "육신을 따라 사는 사람은 육신에 속한 것을 생각하나, 성령을 따라 사는 사람은 성령에 속한 것을 생각합니다. 육신에 속한 생각은 죽음입니다. 그러나 성령에 속한 생각은 생명과 평화입니다."고 하였다.
육신에 속하여 육신을 따라 산 사람들 가운데 로마나 중국의 황제들 또 조선의 임금들을 보면,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그들의 생명을 오랫동안 보존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들이 그토록 보존코자 했던 생명은 대단히 짧은 것이었다. 중국 황제들의 평균 수명이 39세였고, 로마제국의 황제들의 평균 수명이 37세였으며, 우리 나라 조선 임금들의 평균 수명은 그보다 조금 긴 43세에 불과했다.
수명이 그토록 짧았던 이유는 10대 전반부터 수많은 후궁들 속에서 과도하게 성생활을 하였고, 정력제에 해당하는 보약을 자주 복용하여 독이 몸에 쌓였기 때문이었다.
`주례(周禮)'라는 책에는 끝없이 늘어나는 후궁(後宮)의 수를 제한하기 위해서 그 인원을 법으로 정해 놓고 있다고 한다. 후(后)가 1명, 비(妃)가 3명, 빈(嬪)이 9명, 부인(夫人)이 21명, 세부(世婦)가 27명, 여어(女御)가 81명, 도합 142명이다. 이런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한(前漢)의 원제(元帝)는 2천 명의 후궁을 거느렸고, 당(唐)의 현종(玄宗)은 겉으로는 122명의 후궁을 거느린척하면서 뒤로는 양귀비(楊貴妃)를 비롯한 4만 명의 후궁을 두었다고 한다. 이 모두가 다 육신에 속하여 육신을 따라 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간절히 얻고자했던 생명을 얻지 못하고 말았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마 16:26)고 하신 예수의 말씀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98년 6월 24일날 예술원에서 '김세중 조각상' 시상식이 있었다. 마침 잘 아는 분이 이 상을 수상하게 되어서 참석했었다. 필자가 듣기로는 우리 나라에서 주는 조각상으로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이라고 했다. 조각가 김세중은 서울대 교수를 지냈고, 충무공 이순신과 유관순 동상을 만든 분이다. 김세중은 십여 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그 부인되신 김남조 시인이 남편 김세중 교수를 기념하고 한국의 조각발전을 위해서 사재를 떨어 만든 상이 바로 '김세중 조각상'이었다. 문화부 장관이 나와서 축사를 했고 국내 유명 예술가들이 다 모였던 자리였는데 이 시상식에서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한마디로 '생명'이었다. 김세중 교수는 카톨릭교회 조각상을 많이 남겼고, 그의 부인 김남조 교수는 기독교 신앙 시들을 많이 쓰신 분이다. 김세중 교수의 육신은 십여 년 전에 벌써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그가 남긴 재산이 사회에 환원되어 후배 조각가들을 위해서 쓰일 때 그의 생명은 살아서 그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나하고 까지도 인연을 맺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와 그의 가족들의 기독교적 희생정신이 그의 생명을 죽이지 않고 살려내어 우리 곁에 있게 한 것이다.
예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생명을 주기 위해서 자기 목숨을 십자가에 내던짐으로써 비록 그의 육신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참 생명만은 우리들의 가슴속에 살아 남아서 지난 2천년을 지배해오고 계신다.
이 귀한 생명은 그것이 값진 것인 만큼 비싼 대가를 치러야할 경우들이 있다. 앞서 말한 조각가 김세중 교수의 부인되신 김남조 시인의 글 가운데 '생명'이란 제목의 시가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돗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
98년 7월 첫째와 둘째 주간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TV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기막힌 기간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월드컵대회가 열리고 있었고, 영국에서는 윔블던테니스대회가 있었다. 또 미국에서는 LA다저스의 박찬호 투수가 98년 6월 27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홈경기서 6승째를 거둔데 이어 7월 3일에는 텍사스 레인저스 그리고 7월 10일에는 샌디에고와의 경기에서도 이겨 8승째(5패)를 올렸기 때문이다.
어디 이뿐인가? 7월 둘째 주에는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5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골프대회가 있었다. 이 대회에서 우리 나라 박세리 골퍼가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우리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박세리의 이번 승리는 몇 개의 기록을 갱신한 위대한 승리였다. 연속 2개 메이저대회 최연소자 우승, 한해 연속 2개 메이저대회 우승, 데뷔 첫 해에 2개 메이저대회 우승, 동양인 첫 2개 메이저대회 우승, 최장 연장 라운드가 바로 박세리 골퍼가 지난주에 세운 대기록들이다.
21세밖에 안된 처녀 박세리가 7월말까지 받은 10억 원 정도의 상금과 삼성이 그녀를 위해서 쓴 64억 원 정도의 투자비는 그녀의 상품가치와 그녀가 앞으로 벌어들이게 될 돈에 비하면 푼돈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가 골프를 통해서 이룬 업적은 단순히 돈이라는 물질에만 있지 않다. 박세리 한 사람을 통해서 얻어지는 우리 나라의 홍보효과는 수많은 외교관들이 전 세계에 나가 벌리는 홍보효과보다도 크다고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하고 큰 업적은 전 세계의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데 있다.
이 대회 연장 라운드에서 박세리는 제니 추아시리폰에게 전반을 뒤지다가 후반 들어 게임을 역전시켰고, 그 뒤에 다시 동점으로 밀렸다. 그리고 마지막 18번 홀에서 티샷을 잘못 날려 호숫가(워터 해저드) 경사 풀밭(러프)에 빠뜨림으로써 거의 확실한 패배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박세리는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신발을 벗고 물 속에 들어가 공을 쳐냄으로써 게임을 무승부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연이어서 벌어진 홀 바이 홀(hole by hole) 서든데스(sudden death) 즉 급사(急死)방식의 연장전은 10번 홀부터 시작되었는데, 10번 홀에서 비기고 11번 홀에서 버디를 잡음으로써 추아시리폰을 물리치고 극적인 승리를 해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박세리 골퍼의 US여자오픈골프 메이저대회 승리를 그녀의 강인한 승부근성과 뼈를 깎는 훈련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연습 벌레'가 아니면 감히 정상에 도전할 자격조차 없다는 것이 박세리의 골프철학이자 모토라는 것이다. 지난 96년 10월 일동 레이크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세계 정상의 골퍼들과 겨루어 박세리는 당당히 3위에 오른 뒤 얼굴이 눈물로 뒤범벅이 될 정도로 울었다고 한다. 모두들 처음엔 감격의 눈물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1등을 할 수 있었는데 3등에 그친 데 대한 억울함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박세리의 승부정신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녀의 이 승부정신이 결국 오늘의 박세리는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시합을 끝내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박세리는 우승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쁩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아요." 가장 어려웠던 홀이 몇 번 홀이었느냐고 묻자, "연장 라운드 18번 홀에서 티샷한 공을 호숫가(워터 해저드) 경사 풀밭(러프)에 빠뜨렸을 때였습니다.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프로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는 박세리 골퍼의 삶의 철학과 남다른 승부정신이 바로 김남조 시인이 '생명'에서 읊었던 겨울을 이기는 '충전 부싯돌'이자 '생명'인 것이다. 겨울의 추위를 극복하지 못하고서는 생명을 얻을 수 없듯이 진실이라든지, 정의라든지, 사랑이라든지, 승리와 같은 것들은 면돗날 같은 매서움과 싸우지 않고서는 얻어지지 않는다. 불에 타거나 피를 흘리는 것과 같은 값비싼 희생을 치르지 않고서는 얻어지지 않는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시련이 아무리 크고 삶이 아무리 고달프더라도 '충전 부싯돌'의 역할을 하는 창조주 하나님과 임마누엘 성령의 함께 하심을 믿는 신앙과 승부정신을 갖는다면, 부싯돌은 언제라도 불씨를 만들어 낼 수 있듯이 우리 안에서 생명을 싹트게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