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깨어 있으라(마 24:42)
단풍이 드는 것은 곧 낙엽이 질 것이라는 신호이고, 낙엽이 지는 것은 겨울이 문 앞에 있다는 경고이다. 봄이 한창이면, 여름이 가깝고, 여름이 무르익는 것은 가을이 멀지않다는 신호이다. 그리고 매서운 겨울은 풍성했던 가을을 삼키고 만다. 눈 쌓인 세상은 잠시 아름다울 수 있지만, 잔인한 봄은 눈 속에 감춰졌던 세상의 추악함을 공개하고 만다.
인간들에게도 세월의 변화는 피해가지 않는다. 그래서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불어오면,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는 주님의 경고가 가슴의 징을 울린다. 삭풍이 불고 맹위를 떨치는 추위가 살아있는 모든 것을 얼어 죽게 만든다 해도, 제 가슴속에 충전부싯돌을 남긴다면, 근신하여 깨어 믿음을 지킨다면, 칼바람에 제 몸을 다듬는다면, 부활의 날의 환희와 영광은 그의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눈 쌓인 세상처럼 추한 제 몸을 감추기에 급급하다면, 주님의 날에 그의 추악함은 만천하에 공개되고 말 것이다.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는 “자기 십자가”였다. 누구에게나 있는 자기 십자가는 ‘사느냐 죽느냐’를 판가름 짓는 저울이다. 희년(禧年)과 만선(滿船)의 기쁨을 누리게도 하고, 그것에 못 박히게도 한다. 지금 우리는 자기 십자가를 잘 지고 있는가?